‘슈퍼리치’를 향한 ‘동경’과 ‘분노’에는 이유가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왼쪽)와 그의 아내 로런 산체스 베이조스가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사흘간의 결혼식을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베네치아=로이터 연합뉴스

[책과 세상]
귀도 알파니,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

지난달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61)의 초호화 결혼식이 화제였다. 사흘간 진행된 결혼식 비용은 5,000만 달러(약 690억 원)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 부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배우 올랜도 블룸, 팝스타 레이디 가가, 톱모델 킴 카다시언 등 내로라하는 각 분야 셀럽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베네치아의 일부 시민들은 미국 슈퍼볼 5회 우승만큼의 경제적 가치(약 100조 원)를 들어 반겼고, 다른 일부는 “세계문화유산을 억만장자의 놀이터로 만들었다”며 반대시위에 나섰다. 흔히들 ‘슈퍼리치’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는 양가감정으로 ‘동경’과 ‘분노’가 거론되는데,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베이조스의 결혼식 관련 뉴스를 접하며 한편으로는 부러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돈지랄’을 비난했을지 모른다.

이탈리아 보코니대 경제사 교수이자 불평등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귀도 알파니의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는 슈퍼리치에 대한 일반인들의 양가감정에 상당한 근거가 있음을 보여준다. 동경과 분노가, 특히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자의식이 어떤 식으로든 투영될 수밖에 없는 분노가 다분히 즉흥적이고 감정적이거나 열등감의 발로가 아니라는 얘기다.

책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로부터 중세 유럽, 르네상스와 상업혁명, 산업혁명, 근대 자본주의를 거쳐 금융·테크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지금에 이르는 수천 년의 ‘부의 역사’를 조망한다. 물론 부자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부의 개념에서부터 부자의 등장과 세습과 정당화 과정을 시대별로 분석·추적하고 비교함으로써 부(자)가 시대를 이끌고 제도를 만들고 종종 국가보다 더 많은 자원을 운용해왔음을 실증한다. 방대한 통계와 데이터의 인용,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와 자유분방한 정치적 사고, 개인과 제도를 넘나드는 이야기 전개는 독서 자체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초호화 결혼식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난달 23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베네치아=AP 뉴시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초호화 결혼식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난달 23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베네치아=AP 뉴시스

알파니는 특히 슈퍼리치가 특정 개인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 사회의 구조적 산물임을 강조한다. 기술혁명의 시대에 테크 억만장자들이 부상한 것은 그들이 막대한 부를 쌓아가는 과정이 기술혁명 시대를 규정하는 법·제도 및 사회적 규범이 갖춰지는 것과 궤를 같이했기 때문이다. 부자들이 부를 어떻게 획득했는지 못지않게 그 부를 통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가 중요하다고 알파니가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부의 정당성과 사회적 책임·기여에 대해 반드시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알파니는 ‘막대한 부’의 축적이 개인의 노력과 능력만으로는 결코 설명될 수 없음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산업혁명 이후 ‘재능’과 ‘능력’과 ‘노력’으로 부를 축적할 기회의 평등이 주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됐지만, 실제로는 가문과 상속, 정치적 연줄, 법·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가 상속에 의한 부의 대물림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점과 슈퍼리치들이 세금 납부는 꺼리면서도 기부와 자선에는 열을 올리는 것을 맹렬히 비판한 것은 이 때문이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가 “장기적 관점에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하는 통찰을 제공하며, 미래를 위한 중요한 교훈을 전한다”고 호평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귀도 알파니 지음·최정숙 옮김·미래의 창 발행·528쪽·3만 원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귀도 알파니 지음·최정숙 옮김·미래의 창 발행·528쪽·3만 원

베이조스는 자신의 초호화 결혼식을 앞두고 연일 반대 시위가 이어지자 하객들에게 선물 대신 기부를 요청해 교육기관과 환경단체 등에 300만 유로(약 48억4,000만 원)를 전달했다. 반면 시위대는 베이조스의 웃는 얼굴에 ‘결혼식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문구가 실린 대형 현수막을 산마르코광장에 펼쳤다. 베네치아 시민들은 지난해 경찰이 밀라노의 아마존 지사로부터 탈세 및 노동법 위반 혐의로 1억2,100만 유로(약 1,950억4,000만 원)를 압수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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