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선 확실] 관세·안보 과제 산적…미국과 벌어진 사이 어떻게 줄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광역시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7월9일 시한’ 통상협상 매듭짓고 車·철강 등 품목 관세 인하도 끌어내야

방위비 증액요구·주한미군 감축시 묘책 찾아야…美中간 택일 강요받을 수도

정상간 첫 만남서 신뢰 쌓아야…’리얼리티쇼’ 정상회담 철저히 준비해야

6·3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돼 당선 확정 후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출발선부터 새 정부의 한미관계 설정 등 산적한 난제에 직면하게 됐다.

출범한 지 4개월여 지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치로 내걸고 관세 폭탄으로 전 세계를 위협한 뒤 새로운 무역 협상을 강요하면서, 동맹까지도 거래대상으로 바라보는 동맹관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대(對)중국 억제에 글로벌 안보정책의 초점을 집중하면서 전 세계 미군의 배치를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어 주한미군 전력 및 태세도 영향받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아울러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향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안보·국방 비용 부담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의 동맹이나 파트너 국가들은 양국 사이에서 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 때문에 더 이상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미국과는 안보 협력, 중국과는 경제 협력) 전략을 내세워 ‘등거리 외교’를 펼치며 국익을 도모하는 것이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없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이재명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관계와 관련, 불확실성이 급증한 글로벌 통상·안보 현실 속에서 경제적 실리를 잃지 않도록 무역 협상을 매듭짓고,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고차원적 난제를 코 앞에 둔 형국이다.

◇ 트럼프의 ‘관세폭탄’ 대응, 발등 위의 불…시한은 대략 한 달뿐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시간표상으로 보면 새 대통령에게 가장 급한 건 관세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이하 현지시간)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25%(기본관세 10%, 국가별 관세 15%)의 관세를 매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시행한 같은 달 9일 낮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7월 9일까지 90일간 관세를 유예하면서 개별 협상을 통한 관세 확정을 예고했고, 이후 한미 양국은 장관급 및 실무급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대선 승리와 함께 곧바로 취임하는 신임 대통령으로선 전임 정부에서 두 달 가까이 진행한 지금까지의 협상 경과를 검토·평가한 뒤 협상 전략을 재설정해야 한다. 미국과의 합의점을 찾기까지 한 달 남짓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적국뿐 아니라 동맹으로부터 ‘갈취’를 당해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며 모든 수단을 강구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할 것임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새 대통령은 이런 인식에 사로잡힌 트럼프 대통령과 한 달 남짓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협상을 벌여, 합의점을 찾음으로써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와 산업의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떠안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협상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수준의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미국이 적당한 선에서 호락호락 타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 달러(약 76조8천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작지 않은 규모의 무역적자를 의식한 듯 한국을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 중 하나로 분류했고, 한국을 주요 협상 대상으로 일찍부터 거론해왔다.

그동안 미국은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해마다 발행하는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농산물 수입 규제, 고정밀 해외지도 해외 반출 금지 등을 문제 삼아 왔다.

이런 점에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우선하여 비관세 장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 20∼22일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한미 국장급 관세 기술협의에서도 비관세장벽에 대한 개선 요구를 공식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25%의 세율이 잠정 부과된 상호관세의 경우 관세율을 최대한 낮춰 한국 기업과 상품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상호관세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근거해 이를 부과한 것을 놓고 연방법원이 ‘무효’라고 판결한 뒤 미국 정부가 항소를 함으로써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어 현재로서는 그 운명이 가변적인 상황이다.

물론, 미국 정부는 법적 논란에 큰 무게를 두지 않으면서 무역상대국에 조속한 협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작지 않지만 미국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불확실한 만큼 미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협상 속도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에 트럼프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내세워 25%씩 부과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사법부도 효력을 인정하고 있어 대미 수출 확대를 위해 관세의 장벽을 낮춰야 하는 한국으로선 부담이 적지 않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외곽의 US스틸 공장에서 한 연설에서 이달 4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여기에다가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또 다른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및 관련 제품을 비롯해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까지 예고하고 있어 한국으로선 ‘산 넘어 산’인 형국이다.

새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25%라는 상호관세율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 대만, 유럽연합(EU) 등 우리의 주요 무역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도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무조건 관세율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인 만큼 우리도 미국에 도움을 주고 미국의 양보를 유도할 수 있는 협상카드와 전략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닌 조선업 분야에 대해 미국도 적극적인 협력을 원하고 있는 만큼 협상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 미국이 추진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사업 역시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의 참여를 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미국산 에너지를 대량 수입하면서 대미 무역흑자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다만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참여를 결정하기에 앞서 사업성 검토 및 투자 적정성 검토가 전제돼야 하며 유사한 입장에 있는 일본, 대만 등과의 협력체제 구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美,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주한미군 감축 추진시 안보 이슈 ‘산 넘어 산’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무역·통상 분야뿐 아니라 한국의 대북 안보 분야, 즉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까지 협상에 포함해 진행하는 이른바 ‘원스톱 쇼핑’을 거론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은 2026년부터 적용할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 10월 합의했지만, 당시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 때여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으로 칭하면서 분담금 증액 요구를 예고해온 만큼 한국의 새 대통령을 상대로 무역 협상과 맞물리거나, 별개로 협상하며 압박할 개연성이 충분해 보인다.

지난달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주한미군 4천500명 감축 및 다른 지역 재비치 검토’ 보도가 파장을 일으킨 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AP 통신의 후속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주한미군 관련 정책의 향방은 현재 트럼프 정부가 검토 중인 국방전략에 따른 미군의 글로벌 전력 배치와 대(對)한반도 정책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아시아 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 참석 계기에 미국이 군사 역량 투입의 최우선 순위를 대(對)중국 억제로 설정했다고 밝힌 점은 주한미군의 규모와 임무의 변화 가능성을 강력히 뒷받침했다.

또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에서의 위협 대응에서 한국의 더 많은 역할과 더 큰 부담을 시사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 미국과 서유럽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에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국방비를 끌어올려 “자국 방어를 신속하게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유럽을) 뒤따를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미국과의 국방 협력을 모두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유혹받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중국과 상당한 수준의 무역·통상 관계를 이어온 국가에 사실상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의 새 정부는 북미간 급속한 관계 진전에도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은 물론 대선 승리 이후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음을 강조하면서 언제든지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쳐왔던 만큼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미간 대화가 갑작스럽게 진전될 경우 한국이 패싱 당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는 것도 새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지적된다.

한미일 안보 분야 협력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정부에서 구축한 정책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계승하려는 것이어서 이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미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지난 2월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백악관 미·일 정상회담 결과로 발표된 공동성명에 미일 양국은 “북한에 대응하고 지역 평화와 번영을 수호하는 데 있어 한미일 3자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의 새 정부가 전임 윤석열 정부처럼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을 접어 두고 일본과의 안보협력에 적극성을 보일지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후보자 시절 연방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한미일 협력과 관련, “지난 6∼8개월간 한국의 정치 상황을 보면 그것이 계속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대선 과정에 한미 동맹을 실질적이고 포괄·점진적,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그 기초에 한미일 협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견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이 후보의 외교·안보·통상 분야 참모인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도 지난달 8일 워싱턴DC를 방문,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서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고, 가급적 강화 및 업그레이드해야 하며, 한미일 간의 협력 관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후보의 입장임을 강조했다”고 한국 취재진에 전한 바 있다.

◇ 트럼프와 ‘첫 대좌’가 중요…백악관 정상회담 철저히 준비해야

한국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돼 그동안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한 리더십 공백이 해소됨에 따라 한국과의 현안을 해결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새 대통령으로선 이에 대비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와 ‘정책 궁합’을 맞추는 동시에 무역·통상 분야에서 한국의 경제적 실리를 챙겨야 한다.

또한 미국의 글로벌 안보 전략 변화 시도에도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면서 대북 안보 태세 및 전력이 훼손되지 않게 하는 묘책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간의 관계에서도 개인적 친분이나 인연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양국 관계 발전 및 양국간 현안 해결을 위해 두 정상의 첫 만남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새 대통령 탄생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이 후보간 전화 통화가 곧바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만,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한미간 이슈를 다루는데 시간적·물리적 제약이 있는 만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자리가 향후 한미 관계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후보는 취임 후 가급적 이른 시일내에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전에도 두 정상이 만날 기회가 있다는 게 워싱턴DC 외교가의 예상이다.

당장 이달 중순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6월15~17일)와 이달 말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6월24~26일)에 한국이 초대받을 경우 이 계기에 한미 정상이 자연스럽게 만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첫 정상회담이 백악관에서 이뤄지든, 제3의 지역에서 성사되든 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스타일과, 즉흥적이고 직선적인 언사 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 벽난로 앞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마치 TV 리얼리티쇼에서처럼 발언하고, 취재진과 문답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보여왔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경우 지난 2월 28일 첫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욕적이고 도발적인 발언에 맞서 고성 언쟁을 벌이다 쫓겨나다시피 하며 수모를 겪은 바 있다.

또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백인 집단학살’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출처도 분명하지 않은 동영상을 상영하며 해명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매복공격’을 당해 이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공개 모욕’에 대해 똑같은 태도로 맞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앙심을 사 오히려 국익에 손실을 야기하는, ‘안 하느니만 못한’ 회담이 될 수 있다는 게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 정상과의 회담을 지켜본 미국 언론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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