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멋진 나라에 살고 있다” K-떼창에 놀란 ‘세계 10대 여성들의 우상’

올리비아 로드리고. 본부엔터테인먼트 제공 ⓒChris Polk

올리비아 로드리고, 2시간 ‘로큰롤 쇼’
어제 첫 내한공연 오늘 2차 공연
7000여 관객에 ”목소리 예뻐요“
관객 70% 이상이 여성과 1020세대
공연 수익 일부 ‘한국여성재단’에 기부

“한국은 이번이 처음인데 여러분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나라에 살고 있네요. (한국 와서) 여기저기 다니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어요. 김치도 많이 먹고 어젠 ‘올리브영’에서 엄청 많이 샀어요. 한국어도 배웠어요. ‘감사합니다!’”

20일 저녁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한국 팬들의 환호에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따뜻한 환영에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7,000여 관객이 대부분의 노래를 따라 부르자 종종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공연은 시종일관 무대를 누비며 시선을 사로잡는 로드리고의 카리스마, 음악과 안무, 무대, 특수장치, 조명 등을 빈틈 없이 직조한 연출, 팬들의 열성적인 호응이 어우러진 멋진 로큰롤 쇼였다.

팝스타 아닌 록스타 로드리고의 진면목 보여준 공연

‘Z세대 대세 가수의 격렬한 록 오페라’라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콘서트 리뷰 제목을 실감케 할 정도로 로드리고의 무대는 시작부터 맹렬하게 내달렸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5인조 밴드와 헤드뱅잉을 하며 ‘Bad Idea Right?’을 선보이는 것으로 공연을 시작한 로드리고는 ‘Ballad of a Homeschooled Girl’을 연달아 부르며 순식간에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뛰고 소리질러 달라”는 요청에 무대 바로 앞 스탠딩 구역 팬들은 물론, 무대에서 가장 먼 3층 끝자리까지 일어나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관객들의 떼창은 첫 곡부터 앙코르 곡인 ‘Good 4 U’ ‘Get Him Back!!’까지 쉼 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미국과 영국 주요 언론들로부터 ‘2023년 최고의 노래’ 중 하나로 꼽힌 ‘Vampire’의 클라이맥스 부분인 “bloodsucker, famefxxker”에선 오히려 관객의 목소리가 로드리고를 압도할 정도였다. ‘Traitor’의 떼창을 듣고선 “여러분 노래하는 목소리가 예쁘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작사, 작곡, 연주 다 하는 실력파…공연서도 기타, 피아노 연주

올리비아 로드리고. 본부엔터테인먼트 제공 ⓒChris Polk

두 앨범에 담긴 28곡 중 23곡을 골라 4막으로 구성한 공연은 빠른 곡과 느린 곡, 거친 곡과 부드러운 곡을 적절히 배치하며 탄력을 유지했다. 로드리고는 ‘V’자로 돌출된 무대 곳곳을 내달리다가도 때론 피아노에 앉아 조용히 노래했고 8명의 댄서들과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기타를 연주하며 하드록 밴드의 일원이 되기도 했다. 무대 반대편 천장에 매달린 초승달 모양의 대형 모바일 장치에 앉아 노래할 때는 꿈 속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12세이던 2015년 배우 활동을 시작한 로드리고는 2021년 데뷔앨범 ‘Sour’로 두 곡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을 내고 미국 그래미 신인상을 수상하며 10대의 영웅이 됐다. 에이브릴 라빈을 연상케 하는 펑크 팝에서 빌리 아일리시 같은 베드룸 팝, 아리아나 그란데 못지않은 가창력을 자랑하는 발라드까지 다채로운 표현력에 직접 작사, 작곡하는 재능으로 팬들은 물론 평단에서도 뜨거운 찬사를 들었다. ‘Sour’에 이어 지난해 발표한 두 번째 앨범 ‘Guts’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며 다시 한번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등 상업적 성공과 비평적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전 남친 디스하고 성장통 노래하는 10대의 우상

로드리고는 특히 또래 세대 여성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는다. 이번 내한공연 티켓 구매자도 여성이 74.5%였고, 연령대별로는 10∙20대가 72%에 달했다. 전 남자친구를 공개적으로 저격하거나 청소년 시기의 불안감을 이야기하는 등 Z세대의 직설화법이 특히 사랑받는다. 그는 ‘Guts’ 앨범 수록곡인 ‘Teenage Dream’을 부르기 전 이렇게 말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본부엔터테인먼트 제공 ⓒChris Polk이미지 확대보기

올리비아 로드리고. 본부엔터테인먼트 제공 ⓒChris Polk

“이 노래를 19번째 생일 며칠 전에 썼어요. 그땐 어른이 되는 게 너무나 끔찍했고 두려웠어요. 생일 파티 땐 울고 싶었죠. 스물한 살이 된 이젠 전혀 두렵지 않아요. 오히려 엄청 신나요. 이 노래를 쓴 그 소녀에게 아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로드리고는 이날 공연에 앞서 이번 내한공연 티켓 수익 일부를 한국여성재단(KFW)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재단에 대해 설명과 홈페이지 링크도 첨부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이들은 밴드, 댄서 등 모두 여성이었다.

지난 2월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을 돈 뒤 다시 미국을 거쳐 아시아로 건너 온 로드리고는 태국 방콕에 이어 ‘Guts World Tour’ 아시아 일정의 두 번째 무대로 서울을 찾았다. 그는 21일 같은 장소에서 한 번 더 국내 팬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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