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중심에 선 ‘대홍수’… 졸작인가, 별점 테러 피해작인가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의 한 장면. 지구 종말의 날 인류의 희망을 쥔 인공지능(AI) 연구원 구안나(김다미)는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 안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넷플릭스 제공

혹평 속 흥행 질주를 이어가는 한국 영화가 있다.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대홍수’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소행성 충돌로 전 세계에 대홍수가 덮치고, 인공지능(AI) 연구원 구안나(김다미)가 아들과 함께 침수된 아파트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초반은 여느 재난 영화와 같은 흐름으로 전개되지만, 중간부터 신인류의 모성을 만드는 AI 실험 시뮬레이션으로 양상이 바뀌면서 숨겨왔던 SF 장르 정체성을 드러낸다.

넷플릭스 공식 발표 기준, 대홍수는 지난달 22~28일 시청 수(시청 시간을 러닝타임으로 나눈 수치) 3,310만으로 2주 연속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했고, 92개국에서 톱 10에 진입했다. 하지만 리뷰 사이트 평점은 왓챠피디아 1.9점(5점 만점), 네이버 4.14점(10점 만점)으로 최근 공개된 주요 작품 중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본보 문화부 기자들이 ‘대홍수’의 영화적 완성도와 별점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영화 '대홍수'. 넷플릭스 제공

영화 ‘대홍수’. 넷플릭스 제공

강유빈 기자(강): 네이버에서 대홍수 별점 분포를 봤더니 최하점이 60%, 최고점이 2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평가가 모 아니면 도라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론 5점 만점에 3점 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싶다. 한국의 크리스토퍼 놀런이 감독의 ‘추구미’였던 것 같지만, 결과물은 야심에 못 미쳤다. 그래도 재난 상황 속 타임루프를 통해 AI 딥러닝 과정을 시각화한 시도가 신선했다.

김소연 기자(김): 굳이 별점을 매기자면 나도 3개다. 비판의 여지가 많아도 ‘망작’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잘 다뤄지지만 한국에서는 안 다루는 소재가 SF 아닌가. AI와 사랑을 그린 영화 ‘Her’가 무려 12년 전 작품이니 AI를 본격적으로 다룬 대홍수가 2025년의 화제작이라는 점이 묘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고경석 기자(고): 마찬가지로 별 3개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재를 풀기 위해 제작비를 300억 원이나 써야 했을까 싶긴 하지만, 그간 한국 SF 영화가 다루지 않았던 형식과 주제여서 흥미롭게 봤다.

영화 '대홍수'. 넷플릭스 제공

영화 ‘대홍수’. 넷플릭스 제공

김: 재난 영화에서 방향을 튼 게 왜 그렇게까지 비난받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오히려 재난 영화가 아니어서 더 좋았다. 반전이나 복합장르, 거기에 메시지까지 더하고 싶어 하는 강박이 한국 영화감독들에게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대홍수도 모든 걸 다 담고 싶어 하다 보니 관객에게 피로감을 주고 논쟁적 작품이 된 것 같다.

고: 재난 후 인류가 직접 인간의 신체를 만들고, AI로 마음을 만들어 절멸을 피하려 한다는 설정을 보면 장르의 전환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 자체는 무리가 없지만, 자세한 설명으로 친절하게 안내하는 영화가 아니고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도 있어 혹평이 많은 듯하다. 다만 반복되는 딥러닝 상황 속에서 좀 더 긴장감을 주는 요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AI가 학습하는 ‘모성’의 개념을 단순화한 인상도 있다.

강: 짧은 러닝타임에 ‘인간의 마음은,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가’란 주제 의식을 강렬하게 각인하려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디테일이 떨어진다. 왜 현생 인류를 포기하는 답에 도달한 건지, ‘이모션 엔진’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부터 명쾌하지 않다. 운석 충돌로 빙하가 녹아내려 지구 전체를 삼킨다는 설정 역시 과학적으로 따지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잘 만든 SF는 관객에 ‘의심할 틈’을 주지 않는데, 대홍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자꾸 현실 감각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나중에 다시 보면 초기 학습 단계라 그런 것 같지만, 시작하자마자 보여지는 설득력 없는 전개가 나쁜 첫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모성을 다루는 방식이 가장 거슬렸다. 인류 대체종이 개발되는 시대에도 ‘독박 육아’가 모성의 상징인가 싶어 답답했다.

영화 '대홍수'. 넷플릭스 제공

영화 ‘대홍수’. 넷플릭스 제공

강: 그럼에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본다. 요즘 영화 시장이 녹록지 않은데 기꺼이 위험을 안고 도전적 선택을 한 용기를 높게 사고 싶다. 이런 시도가 이어져서 한국 SF 영화가 발전한다면 대홍수도 재평가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고: 10분 만에 껐다는 악평도 있던데 그런 시청자가 대부분이라면 2주 연속 전 세계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을 거다. 분명 흡인력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작품의 해석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안나는 애초에 실존 인물이 아니다, 첫 상황부터 시뮬레이션으로 봐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가던데 아무 할 이야기 없는 영화보다 훨씬 낫다.

김: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이미 평점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들었다. 소비 환경 영향도 크다. OTT 시대가 열리고, 큰 부담 없이 클릭만으로 영화 관람이 가능한 만큼 작품성보다 화제성이 더 중요한 흥행 요인이 된 것 같다.

영화 '대홍수'. 넷플릭스 제공

영화 ‘대홍수’. 넷플릭스 제공

강: 대홍수를 계기로 영화 평가의 ‘배달 플랫폼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호평도 혹평도 관객의 권리이지만, 짧고 독한 혹평과 함께 별점 테러를 하는 행위가 놀이처럼 소비되는 건 아닌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 동의한다. 일반 관객이 대단히 엄격한 기준을 갖고 평점을 매길 필요까지는 없지만, 너무 감정적이다. 다른 장르로 바뀌는 게 기분 나빠 1점, 잘 이해가 되지 않아 1점, 반대로 1점 줄 영화가 아닌데 평점이 너무 낮은 게 마음에 안 들어 10점… 이런 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관심을 끌기 위해 더 과격한 발언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김: 한국의 평가 문화는 ‘취향’을 허용하지 않고 ‘정답’을 요구한다. 오랫동안 오답은 교정돼야 한다는 문화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일 것이다. 공연의 경우도 관객이 ‘이 장면은 무슨 뜻이냐’ 묻고 창작자는 ‘받아들인 대로 보면 된다’고 대답하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영화 평점은 어느새 개인 감상이 아닌 집단 채점이 된 듯하다. 창작자에게 공상을, 관객에는 기호를 허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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