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초콜릿·커피 속 ‘테오브로민’… “세포 노화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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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수치 높으면 후성유전 노화속도 더 느려

유전자 ‘문법’ 바꾸는 DNA 메틸화와 연관 가능성

전문가들 “인과관계는 미확인” 과도 해석 경계

다크 초콜릿이나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세포 노화 감소와 연관된 성분의 혜택을 이미 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학술지 ‘에이징(Aging)’에 발표된 연구는 커피와 초콜릿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이 인간의 세포 노화 속도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테오브로민(theobromine)이라는 알칼로이드 성분의 혈중 농도가 높은 사람들은 분자 생체표지를 기반으로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후성유전 시계(epigenetic clocks)’에서 더 느린 노화 속도를 보였다. 테오브로민은 코코아에 가장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커피와 차에도 소량 함유돼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임을 분명히 했다. 즉, 테오브로민이 노화를 늦춘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어느 정도의 다크 초콜릿이나 커피를 섭취해야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대규모 데이터 분석

연구진은 두 개의 대규모 인구 집단 데이터를 분석했다. 영국의 트윈스UK(TwinsUK) 코호트에 참여한 여성 509명과 독일 KORA 그룹에 속한 남녀 1,160명으로, 두 집단 모두 평균 연령은 60세였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혈액에서 테오브로민 수치를 측정한 뒤, DNA를 분석해 분자 생체표지를 기반으로 노화를 추정하는 여러 후성유전 시계를 적용했다. 그 결과 혈중 테오브로민 수치가 높을수록 두 가지 후성유전 시계에서 노화 진행 속도가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카페인을 포함해 다크 초콜릿에 들어 있는 다른 성분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추가로 분석했으나, 이러한 연관성은 테오브로민에서만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 유전자 ‘문법’ 바꾸는 후성유전 작용

이번 연구는 노화에 있어 후성유전(epigenetics)의 역할에 주목했다. 인간의 노화는 상당 부분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지만, 행동과 환경, 식습관 같은 요인은 유전자의 발현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의 주저자인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후성유전체학 교수 조다나 벨은 “이번 연구에서 우리가 찾고자 한 것은 DNA에 붙을 수 있는 화학적 ‘표식’”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터프츠대 정밀영양·건강노화 프로그램 책임자 호세 M. 오르도바스는 이를 유전체의 ‘문법’에 비유했다. DNA 염기서열 자체는 바뀌지 않지만, 문장부호처럼 붙는 화학적 표식이 유전자가 언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DNA 메틸화 패턴은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후성유전 시계가 개발됐다. 연구진은 이 시계를 이용해 참가자들의 세포 노화 지표를 비교했고, 그 결과 테오브로민 수치와 노화 속도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벨 교수는 “우리 결과는 테오브로민이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변화가 노화와 건강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폴리페놀과의 상승효과 가능성도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측정하지 않은 다른 성분들과의 상호작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벨 교수는 다크 초콜릿에 풍부한 폴리페놀(polyphenols)과 테오브로민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폴리페놀은 항염 작용을 하는 화합물로, 뇌 기능 개선, 장내 미생물 다양성 증가, 암·심장병·당뇨병 위험 감소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크 초콜릿은 이러한 폴리페놀의 주요 공급원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흥미롭게 평가하면서도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무엇보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구체적인 식단을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혈중 테오브로민 수치가 실제로 초콜릿 섭취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다.

오르도바스 박사는 “연구는 초콜릿 섭취량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초콜릿에 들어 있는 성분의 생체표지를 분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초콜릿 섭취 빈도를 묻는 설문에 응답했지만, 초콜릿의 종류나 코코아 함량, 섭취량에 대한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데이터가 단일 시점에서 수집됐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친 테오브로민 수치 변화와 노화 속도의 관계는 분석할 수 없었다. 벨 교수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반복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후성유전 시계 역시 고정된 값이 아니다. 벨 교수는 “이것은 특정 시점에서의 동적인 추정치”라며 “현재 상태에서 실제 나이에 비해 조금 더 느리거나 빠르게 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 다크 초콜릿, 어떻게 골라야 할까

이번 연구는 다크 초콜릿의 건강 효과에 대한 기존 연구에 또 하나의 근거를 더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비만·대사 연구소의 외래 영양사 알렉시스 수판은 다크 초콜릿 선택 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

코코아 고형분이 50% 이상이면 다크 초콜릿으로 분류되지만, 가능하다면 70% 이상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코아 함량이 높을수록 쓴맛은 강해지지만, 유익한 성분은 더 많고 설탕과 포화지방은 상대적으로 적다.

성분표에서 코코아가 첫 번째로 기재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상적인 재료는 코코아, 설탕, 코코아버터 세 가지다. ‘더치 프로세스(Dutch-processed)’ 또는 알칼리 처리된 초콜릿은 맛은 부드럽지만 폴리페놀 일부가 제거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다크 초콜릿 1온스에는 여성 하루 첨가당 상한선의 약 3분의 1, 남성의 약 4분의 1이 들어 있어 전체 식단에서 당 섭취량을 고려해야 한다. 일부 다크 초콜릿에는 카드뮴과 납 같은 유해 금속이 포함될 수 있어 임신부와 어린이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세포 노화 효과를 기대하며 억지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오르도바스 박사는 “DNA 메틸화는 노화 과정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라며, 전체 식단, 신체 활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판 영양사는 “이번 연구는 다크 초콜릿 한 조각을 즐기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과학적 이유를 하나 더 제공해준다”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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